정보/약국, 병원 정보
주민특성 반영한 '복약지도·제품특화'로 승부수
도깨비 보니조아
2008. 2. 7. 18:15
통증관리 입소문…노인 환자 '북적' | |||||
2호선 이화여대역에서 내려 한서초등학교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고즈넉한 언덕 중턱에 서광타워약국(대표 양덕숙)이 자리잡고 있다. 젊은이들의 발길이 집중되는 곳에 약국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서광타워약국은 유동인구가 분산되는 한적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이 약국을 경영하는 양덕숙 약사(50)는 이미 약사사회에서 한방강좌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인물. 이른바 약국경영의 ‘고수’인 셈. 그런 그가 경영하는 약국은 어떤 모습일지, 약국 문을 열기도 전에 강한 호기심부터 발동했다.
아니나 다를까. 약국 문을 열고 들어서니 연세 지긋한 너댓분의 할머니들이 약국 카운터 앞 의자에 줄지어 앉아 있고, 양 약사가 파스를 양 손에 들고 부착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단순한 설명이었지만, 어르신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양 약사의 설명을 듣던 한 할머니가 말을 잇는다. “그러니까 아픈데 붙이는 파스 효과는 잠깐이고, 왜 아픈지 혈과 포인트를 찾아한다는 거지? 근데, 어쩜 약사님은 내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아픈 곳을 그렇게 잘 찾아요? 어디 먹는 약은 없나?” 통증관리. 양 약사는 자신의 약국을 이용하는 주고객층이 오십견을 호소하는 주부들과 노인층이라는 점에 주목, ‘약국에서의 통증관리’를 특화시키고 있었다. ‘약국에서의 통증관리’...주민 입소문에 약국 ‘들썩’ 서광타워약국 입구에는 수십가지 파스류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접착포 형태와 파스의 크기, 메이커별로 정리가 잘 돼 있다. 양 약사는 “약국을 찾아오시는 노인 환자들은 ‘몸이 쑤신다’, ‘뼈까지 시리다’는 말씀을 입에 달고 사신다”면서, “약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조언만으로도 이들을 충분히 관리하고 단골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 약사는 “통증의 치료 개념이라기 보다는 건강관리센터로서의 약국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약사가 약국에서의 통증관리를 위해 최근 접목시키고 있는 것은 테이핑을 이용한 ‘SI 기법’이다. 이는 일종의 수지침과 비슷한 개념의 요법인데, 전기의 흐름이 흐트러진 병적 상태의 몸을 전기가 정상적으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키·비만도·혈압 측정기 비치...사소한 일상 마케팅에 활용 이 기법은 한의학적으로는 경혈학에, 서양의학적으로는 해부생리학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최근 양 약사는 이 기법을 서울시약사회가 주관한 약국경영활성화 강좌에서 소개하기도 했다. “원리만 알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기법입니다. 때문에 기법에 사용되는 기기와 테이프를 혈압기나 당뇨 측정기처럼 판매할 수도 있지요. 약국 인근에 노인이 많다면 이를 이용해 봉사활동에도 나설 수도 있구요. 환자 개개인의 세밀한 통증을 약국에서 어드바이스 해 줄 수 있는 것이죠.”
약국을 찾는 노인 대다수가 손녀·손자를 동반한다는 사소한 사실도 양 약사에게는 훌륭한 마케팅 대상이다. 양 약사는 어린이를 위한 키·비만도 측정기와 혈압 측정기를 약국 한켠에 비치하고 언제든지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키 측정기 앞에는 아이들이 선호하는 비타민류 상품과 캐릭터 제품군을 배치했다. 아이들은 자신의 할머니·할아버지가 복약지도를 받는 동안 약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신만의 소박한 쇼핑에 나서기도 한다. 반대편에는 포근한 분위기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바로 이 공간에서 양 약사의 특기인 한약 상담이 이뤄진다.
근무약사 한 사람 인건비보다 상담시간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양 약사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한약과 과립제 특화, 약국에서의 통증관리를 넘어 양 약사가 또 하나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다. 올해 처음 실시되는 피부미용사 국가시험이 바로 그것. 약사직능의 범위 내에서 약사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일단 배워두자’는 것이 나를 위한 길이라고 강조하는 양 약사. 인터뷰 말미에 그는 “분업 이후 패배주의에 빠져있는 약사들은 빨리 그 늪에서 빠져 나오라”고 말한다. “분업 직후 약사가 할 수 있는게 뭐냐라는 자조섞인 푸념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변명일 뿐이지요. 끊임없는 자기개발과 공부, 그리고 도전만이 약국경영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눈치보지 마세요. 자, 오늘부터라도 같이 공부해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