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보니조아 2008. 9. 10. 10:15
"아토피 특화로 처방매출 부진 극복"
서울 산호약국, 과감한 특화경영으로 매출확보
[연중기획]나는 이렇게 약국을 운영한다<74> 서울 영등포구 산호약국 우성락 약사


"3년전부터 처방전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는 위기감에 특화약국을 생각하게 됐죠."

이는 서울 영등포구에서 아토피 산호약국을 운영하는 우성락 약사(54·충북약대)의 말이다.

현행 약사법령 등에 비추어 다소 과감해 보이는 문구를 약국 간판 전면에 내세운 우 약사는 “특화약국은 지역 주민들의 건강관리센터로서, 국가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며 특화약국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우 약사는 현재 위치한 자리에서 25년간 약국을 운영해 왔다. 분업 직후 인근 약국들이 문전으로 몰려 갈 때에 우 약사는 자신의 약국만을 고집하는 골수 단골고객들로 인해 현재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도 분업 직후에는 하루 100여건의 처방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근 의원의 이전, 경쟁약국들의 입점 등으로 처방건수가 급감하기 시작했다고.

급기야 3년전 부터는 평균 100여건의 일처방 건수가 20건에서 30건까지 급감해 약국경영에 심각한 위기감까지 느끼게 됐다는 우 약사. 그는 곧,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아토피’를 특화시켜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처방건수가 점점 떨어지는 것을 체감할 때, 대표약사가 느끼는 불안감과 고민은 말로 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아토피였습니다."

'아토피 특화'…객단가 높아 처방매출 부족분 메워

우 약사가 아토피를 약국경영에 접목하기까지는 ‘영등포’라는 지역적 특징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구로디지털단지가 인근에 있어 서울 타지역에 비해 대기오염이 심한데다, 20대 중후반의 여성고객, 어린 자녀를 둔 신혼부부 등이 거주하는 비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또, 인스턴트 등의 간편식을 즐기는 주민들이 많다는 점도 우 약사의 결심을 굳게 했다.

실제로, 우 약사의 이러한 예상은 약국현장에서 맞아 떨어졌다. 20만원에서 60만원대의 아토피 제품들이 하루 간격으로 쏠쏠이 판매가 이뤄지면서, 처방조제 급감으로 인한 매출부분이 상쇄되기 시작했다.


우 약사는 아토피 관련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의 정보를 빼곡히 정리한 뒤, 시간 흐름에 따른 아토피 개선여부를 지속적으로 추적, 관리에 나섰다.

"아토피는 식생활 등 생활습관이 깊게 관여된 질병이기 때문에, 치료보다는 '관리'의 개념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접근성이 뛰어난 약국이 지역주민들에게 아토피 관리자로서 탁월하다는 점은 더할 나위 없구요."

우 약사에게 아토피 상담 노하우를 물었다. '치료'와 '관리'의 능선을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상담 현장을 직접 목격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선, 우 약사는 아토피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아토피는 '치료' 대상이 아닌 '관리'의 대상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한다고 했다.

또, 영양요법을 통해 100% 효과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덧붙여 설명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우 약사는 10명 중 7명이 영양요법을 통해 아토피 정도가 눈에 띄게 완화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일상생활에서 주의할 점과 가족들의 역할 등을 자세히 설명한다고 했다.

"특화약국 운영 여전히 어려워"…'관리자'로서의 약사역할 중요

언론보도 등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아토피에 대한 정보를 고객들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꼼꼼히 스크랩해 두는 것도 매우 중요한 상담기법이라고 우 약사는 강조했다.

"고객들의 신뢰는 일단 눈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정보 등을 활용해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뢰를 주도록 노력해야 하죠. '당신에게 약을 팔겠다'가 아닌 '당신은 관리가 필요한 사람'이란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대웅제약의 비만관리 약사에 따른 의사협회의 반발이 있었던 것처럼, 약사가 특정질병에 대한 관리자 역할을 자처하는데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우 약사는 약사가 단순조제의 역할을 하는 '기능인'이 라니라면, 적극적으로 약사직능을 스스로 개발하고 현장에 접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의료비 지출이 해가 갈수록 과다해지는 것 역시 지역주민 건강관리자로서의 약사·약국 역할이 점차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때문에 우 약사는 현행법 테두리에서 약사 역할을 찾아야 하는 것은 물론, 다가올 미래에 새로운 약사 직능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우 약사는 그래도 약국이 어렵다고 했다.

아토피 특화로 줄어든 처방매출분을 메우고 있을 뿐, 아토피 특화로 엄청난 이익을 남기고 있지는 않다는 것.

"약사의 고유 직능이 약국 자리싸움으로 판가름 나는 현실이 다소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이 가운데서 약사의 고유 직능을 개발하고 현장에 접목하려는 노력들은 계속돼야 한다고 봅니다. 모든 것은 약사가 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