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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약국 불황 - 비상구를 찾아라 2

도깨비 보니조아 2009. 1. 6. 14:51
약국 특화 등 신규시장 개척해야 생존 가능
건기식·화장품 등 관심 필요…'기본기' 다져야 성공
[2009 신년특집] 끝없는 약국 불황, 비상구를 찾아라②

2008년 경제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경제수지는 IMF 외환위기 이후 11년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물가상승률은 10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사회적 불황의 여파는 의료기관과 약국에도 고스란히 전이됐다. 소비자가 의료기관 이용을 자제하면서 약국의 처방조제 수입과 함께 일반약 매출도 동반 감소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는 올 1/4분기 약국경기의 전망도 어둡게 하고 있다. 데일리팜은 기축년 새해를 맞아 약국 불황의 원인과 이유, 향후 생존 노하우를 제시해 본다.[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①경제한파와 약국 불경기
②경영 다각화로 위기를 돌파하라
③효과적인 약국관리 POS에 달렸다
④약국 불경기, 절세만이 살길이다
⑤약국 부동산 알아야 손해 안 본다
⑥수입·지출 안배가 성공의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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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로서의 자질 외에 세일즈맨으로서의 기질도 필요하다."

약사라면 누구나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최근 사회적 불황이 약국시장을 엄습하면서 더욱 그렇다. 이는 '약의 전문가'로서의 약사와 '의약품과 건기식 등의 판매장소인 약국 경영자로서의 약사'를 의미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일선 약국가에서 이런 마인드를 갖고 있는 약사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그것은 ‘약의 전문가’이자 ‘선생님’이라는 사회적 우월의식에 매몰돼, 매출 측면에서 처방조제에 집중하거나 상대적으로 약국약을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건기식 시장, 30%를 잡아라…'약사 전문성' 유리

건강기능식품 전체 시장은 약 2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약국의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이다.

지난 2006년 건강기능식품협회가 조사한 ‘유통단계별 매출현황(시장점유율)’에 따르면, ▲다단계 판매 37.9% ▲방문판매 29.6% ▲전문매장(대리점) 판매 12.1% ▲홈쇼핑 판매 8.2%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약국 및 병원의 점유율은 0.9%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2004년 1.4%, 2005년 1.1% 등으로 매년 줄어드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이는 과거 건강 관련 물질을 약국에서만 취급할 수 있었던 것이 매스미디어의 발달과 약국 수용성 저하로 유통경로가 많이 이탈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 이유는 의약분업 이후 '처방전이 곧 매출'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소위 약국약을 도외시한 탓이다.

건강기능식품협회와 약국가에 따르면, 건기식 시장은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약국이 나머지 99%의 시장 가운데 30%만 점유할 수 있다면 불황을 극복하는데 효자역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천시에서 자연건강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이재관 약사는 "약국이 소비자에게 건강상담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우리나라처럼 좋은 곳이 없다"며 불황 극복방안으로 건기식 시장의 개척을 제안했다.

건강기능식품협회 김연석 본부장도 "약사는 전문가라는 인식이 있는 만큼 건기식 시장을 적극 개척해나간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 "특히 인터넷 판매기법을 활용하는 것도 가격 경쟁력과 신뢰성 측면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질환별 특화약국을 모색하라…'약국 공생' 가능

약국 불황이 심화될수록 장기적으로 처방조제보다는 특화약국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언급한 건기식이나 영양제, 일반약, 생약제제 등 소위 약국약을 적극 활용한다면 말이다.

특히 특정질환과 관련된 특화약국으로 입소문이 나면 약국경영에 적지않은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 약국간 출혈경쟁 없이 공생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서울 영등포의 산호약국과 이문동의 자연율례약국 등이 질환 관련 특화약국으로 소개할만하다. 산호약국의 경우 3, 4년전부터 처방조제가 급감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토피' 특화약국으로 전환했다. 자연율례약국도 아토피에 관해 약사가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생약제제를 투여한 결과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이밖에도 어린이 건기식에 집중하는 건강샘약국(성남시 분당구)과 '웰빙'에 초점을 맞춘 신삼성약국(경기도 군포시)이 있으며, 이들 모두 처방조제보다는 환자와의 상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그만큼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약국 한약은 한약분쟁 이후 바닥을 치고 있지만, 여전히 한약조제약사들에게 유효한 '불황 탈출구'이다. 전체 한약시장은 3000억원 규모. 과거에는 약국 한약이 15∼20%를 점유했지만, 지금은 10% 미만이다.

한약을 적극 활용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곳은 광주광역시의 국제약국. 초제와 관련된 환자들의 약력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으며, 그 수자만 해도 1만4000여명에 이른다.

제주시에서 유일하게 한방과립제를 활용, 경쟁력을 키운 약국도 있다. 새우리약국은 분업 이후 기계적인 조제행위에 염증을 느껴 의료기관을 찾지 않는 약국 고객을 타깃으로 삼아 승부수를 띄웠다.

서울 금천구 별장약국은 기능성화장품으로 특화를 시도한 곳이다. 중저가의 제품을 선택해 약국 고객을 공략한 결과 화장품 단골 100여명에 월 매출만 700만원에 달한다.

피부미용사 자격증 시대…약국서 '숍인숍' 운영 모색

2007년 4월 피부미용사의 국가자격증 시대가 열렸고, 지난해 9월 제1회 시험에 약사 수천명이 응시했다. 일부 약사들이 피부미용사 자격증에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피부특화약국 때문이다.

기존 약국 공간을 활용, 피부미용실을 숍인숍 개념으로 운영하거나 같은 건물의 2층에는 피부미용실을, 1층에는 약국을 운영하는 방식을 염두에 둔 것이다.

피부미용실 운영을 통한 수입과 약사라는 전문지식을 살려 건기식이나 영양제, 한약 등의 매출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약사가 피부미용실을 찾은 고객의 피부상태를 분석하거나 마사지를 통해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건강에 관한 상담도 자연스레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자칫 의료법상 불법진료로 오인돼 의료계와의 마찰을 불러일으킬 소지도 없지 않다. 그러나, 현재 약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건강상담 수준에서 진행될 경우 논란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약사회 한약정책단 홍순용 부회장은 "피부마사지와 경락마사지 등 피부미용적 요소를 활용하고,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한 뒤 한방 및 의약품 지식을 활용해 권매를 할 수 있다"면서 "또다른 형태의 특화약국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화약국, 단계별 준비 필요…"기본기 없으면 성공 못해"

앞서 언급된 특화약국들의 공통점은 모두 처방건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지리적으로도 전형적인 동네약국이거나 대로변에 위치해 있지도 않다. 그런데도, 이들 약국이 성공한 이유는 뭘까.

우선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약사들의 노력이다. 철저한 고객의 약력관리 등은 기본이며, 틈나는 대로 건강관련 서적을 독파하고 세미나 등에 참석하고 있다. 즉, 약사로서의 기본기에 충실한 것이다.

다만, 기본기는 쌓지 않고 '(판매)기술'만 배우려고 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꼬집는다.

전문가들은 인체생리학, 영양학, 생화학 등과 관련된 건강서적을 탐독하라고 주문한다.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인체에 대한 이해를 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재적소에 필요한 영양소나 의약품을 투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특화약국과 관련 어떤 질환에 포커스를 맞춰야 할지, 연도별 소비자 확보 방안은 무엇인지, 철저한 소비자 약력관리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천 자연건강약국 이재관 약사도 약국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신도 특화약국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의 성공을 위해서는 학습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약사는 "충분한 학습을 통해서만이 약사로서, 전문가로서 신뢰를 확보할 수 있고 이는 약국 매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부연했다.

향후 몇년간 약국의 불황은 외부환경 변화로 극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때일수록 약사 스스로 시장개척에 대한 열정과 변신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해법을 찾을 수 없다. 특화약국은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