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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은 추운 겨울 온돌방에서 먹는 겨울 음식이라는 게 정설이지만,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에 얼음을 동동 띄운 냉면 맛이 더욱 각별하다. 여름에 금강산이나 평양, 개성을 찾는 사람은 본고장 냉면을 즐길 수 있다는 기쁨이 추가된다.
그러나 이북의 여름 별미가 냉면뿐인가. 냉면만 찾아다니다가는 배탈이 날 수도 있다. 따뜻하고 든든한 평양온반, 시원한 김치말이밥, 좀더 호사를 누리자면 털게찜을 맛보는 것도 좋다. 담백한 맛이 특징인 이북의 여름 음식을 소개한다.

▲평양냉면=평양냉면의 진수를 맛보려면 북한 최고의 냉면전문점 ‘옥류관’을 찾아야 한다. 금강산에도 분점이 있고, 서울 역삼동에 평양 옥류관의 비법을 배워온 재일동포가 운영하는 옥류관이 있다.
냉면 메뉴는 물냉면과 쟁반냉면 두 가지. 우선 면발에 검은빛이 돈다. 메밀 함량이 높을수록 색이 진해지기 때문이다. 전분을 섞어 쫄깃한 맛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평양냉면은 메밀 만으로 찰기 없이 뽑은 면이 특징이다. ‘이북식’으로 먹는 방법은 고명을 옆으로 얌전히 밀어놓고 면을 젓가락으로 들어 직접 식초를 뿌리고 겨자는 국물에 타는 것이다.

▲편수=왕만두가 겨울 만두라면 네모난 만두인 편수는 여름 만두다. 원래 유두(음력 6월 15일)에 만들어 먹던 전통 음식으로, 물 위에 조각이 떠 있는 모양이라고 하여 ‘편수(片水)’라는 이름이 붙었다. 호박과 표고버섯, 숙주나물 등 야채 만으로 소를 만들어 밀가루 피에 네모난 모양으로 빚어 찐다. 식힌 후 차가운 육수에 띄워 먹는다. 야채 소와 차가운 육수가 어울려 깔끔한 맛을 낸다.
▲김치말이=김치 국물에 육수를 섞어 찬밥이나 국수를 말아먹는 음식으로, 김치말이밥 또는 김치말이국수로 불린다. 황해도와 평안도에서 밤참이나 간식으로 즐기던 음식이다. 김치 국물이나 동치미 국물에 육수나 물을 섞어 농도를 맞춘다. 얼음을 동동 띄워도 좋다. 여기에 송송 썬 김치와 찬밥을 넣고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는다. 먹다 남은 메밀묵이나 녹두지짐, 삶은 달걀, 오이채 등을 넣기도 한다. 매콤하면서 시원한 물김치처럼 솔직한 맛이다. 원래 이북 음식이지만 속을 씻어내리는 듯한 시원한 느낌 때문에 냉면이나 소면처럼 고깃집의 후식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평양온반=‘따뜻한 밥’이라는 뜻의 온반은 여름철 찬 음식으로 위와 장이 지쳤을 때 이를 달래줄 만한 자극 없고 편안한 음식이다. 옛날 평양의 양반 집안에서 먹었던 음식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냉면과 함께 이북 대표 음식으로 불릴 정도로 대중화됐다. 국밥과 비슷하지만 밥과 건더기를 그릇에 담은 뒤 육수를 마지막에 붓는 조리법이 특징이다. 만드는 법은 냄비에 닭을 통째로 넣고 삶은 후 육수와 건져서 찢은 닭고기를 따로 준비한다. 표고버섯은 볶아 나물로 만들고 녹두를 갈아 기름에 부쳐 손바닥 반 만한 작은 녹두지짐을 만든다. 흰 쌀밥을 그릇에 담고 닭고기와 표고버섯, 녹두지짐, 썬 파를 얹은 뒤 기름을 말끔히 걷어낸 닭 육수를 부으면 완성된다. 기름기가 쏙 빠진 닭 육수와 닭고기 덕분에 담백하면서도 한 그릇으로 속이 든든해 진다.

▲털게요리=등딱지와 다리가 촘촘한 털로 뒤덮인 털게는 추운 지역에서 잡힌다. 북한산 털게는 겨울이 제철이지만, 여름에도 산 털게를 맛볼 수 있다. 그냥 쪄 먹는것이 가장 좋은 요리법이라 할 정도로 살 맛이 좋다. 몸집은 크지 않지만 짧은 다리 속에 통통하게 꽉 들어찬 살이 별미다. 최근 국내 할인점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북한산 털게를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 털게는 내장이 많고 그 감칠맛이 진해 게장에도 어울린다. 금강산 고성항 횟집에서는 털게 간장게장도 판매한다.
▲밀범벅=햇밀을 수확하는 초여름에 만들어 먹는 평안도식 떡이다. 밀가루에 콩 또는 팥을 버무린 것으로, 여름철 간식으로 이용된다. 붉은 팥이나 강낭콩을 삶다가 콩이 물러지면 밀가루를 조금씩 넣으면서 익힌다. 물기가 없어지면 꺼내 식히고 뭉쳐 놓았다가 먹으면 된다.
권세진 기자 3Dsjkwon@segye.com">sjkwon@segye.com
<''진짜배기 웰빙'' 이북음식 여기!>
흔히 냉면집으로 대표되는 이북식 음식점은 그 수가 의외로 많지 않다. 한때 새터민(탈북자)들을 중심으로 이북 음식 전문점이 크게 늘었지만, 이북 정통 음식은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남쪽 사람들에게 잘 맞지 않아 하나둘씩 차례로 문을 닫았다. 그러나 지금도 몇몇 전문점은 꾸준히 손님을 끌고 있다. 이북 음식의 심심한 맛에 실망하는 사람도 있지만, 조미료를 쓰지 않고 기름기가 없는 이북 음식은 진짜 웰빙 음식. 서울에서 즐길 수 있는 북한의 맛집을 찾아봤다.
▷평양면옥=꽤 큰 규모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손님 행렬에 이끌려 온 사람이라면 깜짝 놀랄 정도로 ‘심심한’ 맛이다. 30년 이상 3대째 평양냉면 전통을 지켜와 조금씩 변화를 거듭한 현재의 평양냉면과도 맛이 조금 다르다. 옛 평양냉면 맛을 기억하는 실향민들이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모이는 일이 많다. 신세대들은 평양면옥 냉면을 조미료를 넣지 않은 담백한 별미로 받아들인다. (02)2267-7784
▷을지면옥=평양면옥과 함께 서울에서 심심한 평양식 냉면을 재현하기로 유명한 곳. 면은 메밀이 85% 이상으로 찰기가 없어 앞니로도 툭 끊길 정도다. 냉면 국물은 적어도 대여섯 번은 먹어 봐야 참맛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깊고 묘한 맛이 있다. 냉면과 편육을 함께 먹을 수 있다. (02)2266-7052
▷이북손만두=냉면 전문점들을 제외하면 북한 음식 전문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북손만두는 점심 무렵에 줄이 늘어서는 곳으로 유명한 음식점이다.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른 주먹만한 평양식 손만두. 이 만두를 육수에 넣고 끓인 만두전골이 주 메뉴지만, 여름엔 시원한 김치말이밥이 직장인들의 점심 식사로 인기다. (02)776-7360
▷풍년명절=흔치 않은 황해도식 한정식 전문점. 은평구 응암동 응암시장 안에서 20여년째 영업 중인 이곳은 주인이 황해도 출신 어머니에게 전수받은 요리 솜씨를 자랑한다. 황해도는 곡창지대여서 예로부터 부잣집이 많고 인심이 후해 푸짐하고 구수한 음식이 많다. 황해도 왕만두, 해주비빔밥, 온반 등 황해도식 전통 음식과 한정식 코스 요리가 있다. (02)306- 8007
권세진 기자
흔히 냉면집으로 대표되는 이북식 음식점은 그 수가 의외로 많지 않다. 한때 새터민(탈북자)들을 중심으로 이북 음식 전문점이 크게 늘었지만, 이북 정통 음식은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남쪽 사람들에게 잘 맞지 않아 하나둘씩 차례로 문을 닫았다. 그러나 지금도 몇몇 전문점은 꾸준히 손님을 끌고 있다. 이북 음식의 심심한 맛에 실망하는 사람도 있지만, 조미료를 쓰지 않고 기름기가 없는 이북 음식은 진짜 웰빙 음식. 서울에서 즐길 수 있는 북한의 맛집을 찾아봤다.
▷평양면옥=꽤 큰 규모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손님 행렬에 이끌려 온 사람이라면 깜짝 놀랄 정도로 ‘심심한’ 맛이다. 30년 이상 3대째 평양냉면 전통을 지켜와 조금씩 변화를 거듭한 현재의 평양냉면과도 맛이 조금 다르다. 옛 평양냉면 맛을 기억하는 실향민들이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모이는 일이 많다. 신세대들은 평양면옥 냉면을 조미료를 넣지 않은 담백한 별미로 받아들인다. (02)2267-7784
▷을지면옥=평양면옥과 함께 서울에서 심심한 평양식 냉면을 재현하기로 유명한 곳. 면은 메밀이 85% 이상으로 찰기가 없어 앞니로도 툭 끊길 정도다. 냉면 국물은 적어도 대여섯 번은 먹어 봐야 참맛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깊고 묘한 맛이 있다. 냉면과 편육을 함께 먹을 수 있다. (02)2266-7052
▷이북손만두=냉면 전문점들을 제외하면 북한 음식 전문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북손만두는 점심 무렵에 줄이 늘어서는 곳으로 유명한 음식점이다.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른 주먹만한 평양식 손만두. 이 만두를 육수에 넣고 끓인 만두전골이 주 메뉴지만, 여름엔 시원한 김치말이밥이 직장인들의 점심 식사로 인기다. (02)776-7360
▷풍년명절=흔치 않은 황해도식 한정식 전문점. 은평구 응암동 응암시장 안에서 20여년째 영업 중인 이곳은 주인이 황해도 출신 어머니에게 전수받은 요리 솜씨를 자랑한다. 황해도는 곡창지대여서 예로부터 부잣집이 많고 인심이 후해 푸짐하고 구수한 음식이 많다. 황해도 왕만두, 해주비빔밥, 온반 등 황해도식 전통 음식과 한정식 코스 요리가 있다. (02)306- 8007
권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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