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공간/부부 생활

부부의 공식

도깨비 보니조아 2009. 2. 1. 19:27

 

 

 

부부공식 /최용우님 시


총각땐
방바닥에 엎드려 글을 쓰다가
별을 보며 들판을 쏘다니다가
밤을 하얗게 샐 수도 있었는데
남편이 되니 못합니다

화가 나기도 하고
답답하여 숨이 가쁘기도 하고
그러다 문득
아내도 나 때문에
못하는 게 있을 거란 깨달음

하나와 하나가 만나서
둘이 되는 더하기가 아니라
서로 반씩 버리고 포기해서
다시 하나가 되는 뺄셈이
부부 공식이라는 생각

불빛이 있으면 잠들지 못하는 아내 때문에
지금 나는 소경처럼
어둠 속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더듬더듬 아내의 젓가슴을 살며시 만져봅니다
내가 포기한 반쪽이 거기 있습니다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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