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길 오르며 바라보던 바다가 사라졌습니다.
대신, 짙은 녹음의 나뭇잎이 물결처럼 팔랑이고 있습니다.
바다가 보이지 않아도, 물결처럼 춤추는 나뭇잎 보며,
바다의 소식을 만납니다.
그러고 보면 형상의 있고 없음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형상이 사라져도 존재감은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 눈 앞에 없어도,
지금 내 귓가에 그 소리 들을 수 없어도,
나는 능히 그 모습을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있지 않아도 있고, 없어도 느낄 수 있는 이 마음 자리에서
나는 고통을 벗어나는 길을 봅니다.
형상을 찾는 것은 그냥 집착일 뿐입니다.
형상이 사라졌다고 울부짖는 것은
내 집착의 다른 표현 외에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형상이 없어도, 그 부재의 자리에서
오히려 따뜻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입니다.
성숙은 중도입니다.
중도만이 자유로운 삶의 길이고 생명의 길입니다.
바다는 보이지 않으나, 나는 바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마음 자리에, 평화의 꽃이 한 송이 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