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생화 단지를 거닐며 바다를 봅니다.
사알짝 수줍게 드러난 바다가 예쁩니다.
시야 가까운 곳의 자생화도 예쁘고
풍경 저 너머의 바다도 역시 예쁜 그 자리에 내가 서있습니다.
나는 가만히 서서 두 팔을 내리고 눈을 감고 바람을 느껴봅니다.
바람이 머물다 가는 나는 나무입니다.
나는 내게서 나무의 냄새와
나무의 올 곧음과 나무의 푸르름을 느낍니다.
그 자리에서 나는 향긋하게 미소 짓습니다.
바람이 그 푸른 미소를 싣고
다시 저 푸른 산야를 향해 달려갑니다.
푸른 산야에 미소는 다시 나무의
푸른 잎새를 더욱 더 푸르게 물들여 갑니다.
나는 나무가 되어 바람과 함께 온 산야를 여행합니다.
내가 나를 잊는다는 것,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마치 물이 어떤 용기에나 담길 수 있듯이
내가 나를 잊을 때
나는 그 무엇과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대상이 되어 만나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내가 없는 자리에서
그렇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나라는 생각이 사라진 자리가 행복이고 즐거움입니다.
오늘도 나는 나라는 생각을 즐겁게 지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