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산림욕을....
피톤치드의 비밀
姜 夏 泳
차 례
머리말
Ⅰ. 산림의 정기 피톤치드
피톤치드의 의미
생활의 지혜에서 보는 피톤치드
나무의 향․허브․한방약
나무향의 구성성분
피톤치드 추출법
산림대기 중의 휘발성 피톤치드
Ⅱ. 피톤치드의 생리활성
피톤치드의 안전성
피톤치드의 항균작용
피톤치드의 소취작용
피톤치드의 쾌적기능
Ⅲ. 피톤치드와 산림욕
신비한 수목의 생명력
자연요법으로서의 산림욕
피톤치드와 산림욕
숲 속의 기후와 산림욕
Ⅳ. 건강과 피톤치드
알레르기와 피톤치드
감염증과 피톤치드
예방과 피톤치드
면역기구와 피톤치드
Ⅴ. 피톤치드의 활용
도심에서 산림욕을
피톤치드 활용 예
녹색효과(Green effect)
Electric frequency
Ⅵ. 식물정유와 그 주요성분
주요한 식물정유
유독한 정유류
주요한 지방유(Carrier oil)
머 리 말
이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들은 쾌적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쾌적이란 과연 무엇일까 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갖고 싶은 것을 언제라도 손에 넣을 수 있고, 일이나 공부가 순조롭게 되어 가는 것도 쾌적의 한 부류일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좋은 음악을 감상하고 친한 친구와 수다를 떠는 것도 쾌적한 일상을 보내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또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것, 기분 좋은 땀을 흘리는 것, 잠을 푹 자는 것, 자연과 친숙하게 지내는 것도 쾌적한 생활에는 필요하다. 쾌적이라고 간단하게 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설명하기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과 같이 고도로 복잡화된 사회에서는 사람들의 가치관 그 자체가 매우 다양하며, 또 매사에 느끼는 감정도 개인차가 있다. 따라서 쾌적한 생활에 필요한 요소는 다양하며 사람 각자에 따라 다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쾌적한 일상을 보내기 위해서는 「여유로운 마음」과 「건강한 신체」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은 아닐까? 심신이 아픈 사람도 그것을 자신이 바라서 아픈 사람은 없을 것이다. 평범한 진리일지는 모르지만 잃고 나서야 비로소 「건강하고 여유로운 생활」의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커다란 장벽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건강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방해하는 것들이 수 없이 많다. 즉 공해에 의한 대기오염, 소음, 생활양식의 변화, 스트레스, 알레르기와 같이 모두 우리 주변에서 다반사로 접하고 있는 것들뿐이다. 이러한 문제를 모두 한꺼번에 해결해 주는 해결사와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은 없으나, 해결하기 위한 열쇠는 의외로 산림에 감추어져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산림은 우리를 언제라도 따뜻하게 맞이해 주고 우리에게 「고향」이나 「어머니 품속」과 같은 존재로 남아있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산림이 우리 인간에게 주는 여러 가지 혜택 중 산림욕 효과, 다시 말해서 피톤치드(산림향)가 어떠한 메카니즘에 의해 우리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주는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하였다. 아울러 피톤치드가 인간의 심리 및 생리기능에 주는 신비한 현상을 주변과학과 서로 관련지어 고찰하면서 매력 만점의 피톤치드에 숨겨져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함으로써 피톤치드의 실체에 대한 올바른 방향제시를 꾀하고자 하였다. 인용한 자료는 주로 국내의 문헌․자료를 참고로 하였으나 부득이한 경우 외국 자료도 많이 활용하였다. 본 책자가 산림욕에 관심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내용은 가능한한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의 애정어린 격려와 지도편달을 부탁드리며......
Ⅰ. 산림의 정기 피톤치드
피톤치드의 의미
「피톤치드(phytoncide)」라고 하면 익숙하지 않은 말일지도 모른다. 대체 무엇일까? 피톤치드란 한 마디로 말해서 「산림향」그 자체이다. 그러나 자연과 접촉할 기회가 적어진 현실에서는 「산림향」이라 하더라도 마음에 와 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알기 쉽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나무가 갖는 특유의 향」이다. 이렇게 말하면 우리들은 목재상이나 신축 목조주택에 떠다니는 향이나 제재소에서 나는 냄새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하여 급기야「뭐야! 괜히 어려운 단어를 썼을 뿐이지 단지 나무냄새잖아?」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지 나무냄새만은 아니다. 피톤치드라고 불리면서 또 최근 주목을 받는 배경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향료의 역사
향료는 이미 수 천년 전부터 오리엔트나 중국에서 종교의식과 화장품용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즉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는 기원전 1,500년경 종교행사나 질병 및 악령퇴치시 향료를 신전에 바치거나 향로에서 태웠다고 하는 기록이 있다. 또 기원전 2,000년경에 쓰여진 이집트의 파피루스 책에는 몰약, 육계, galbanum 등 몇 종의 향료가 언급되어 있으며, 유명한 투탕카멘왕의 묘에서는 현세까지 향을 발하는 정유가 담긴 항아리가 발견되기도 하였다. 역시 이집트의 고대문명과 함께 기원전 1,500~2,500년경 인더스강 유역에 또 하나의 문명이 번성하고 있었다. 그 유적의 출토품 중에 향로로 여겨지는 것이 출토되었으나 이 시대의 문자가 아직 해독되지 못한 관계로 상세한 것은 알 수 없다. 또 고대 중국에는 이미 기원전 1,500~2,000년경 夏나라 시대 무렵 종교의식에 향료나 향주(香酒)가 사용되었으며 이 무렵의 동식물, 광물에 대한 지식을 망라한 『신농본초경』은 향료를 최초로 기록한 고대 중국의 귀중한 자료이다. 이와 같은 역사상의 사실을 기초로 하여 향료는 향목(香木)이나 수지(樹脂)를 주체로 하는 분향식 향료(incense)에서 이윽고 정유의 형태로 사용되기에 이르렀고, 또 향초(香草, 허브)나 꽃향 등을 원료에 첨가하면서 점차 범위를 넓혀서 오늘날의 화장품향료(perfume)로 진보․발전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많은 서적에 언급된 바와 같이 perfume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의 per fumum(연기에 의해, 태우는 것에 의해)에 기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incense의 의미를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향이나 냄새를 뜻하는 한자로는 내(匂), 훈(薰), 향(香), 취(臭)가 있으며, 이 가운데 匂, 薰, 香은 좋은 냄새, 臭는 좋지 않은 냄새를 표현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에서는 odor, 영국에서는 odour로 쓰며 이것은 모든 냄새를 의미하고, aroma, fragrance는 좋은 냄새를, smell은 臭의 의미에 가까운 것으로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화장품, 향수, 목욕용품 등에는 fragrance, purfume, 그리고 식품에는 flavor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산림이나 나무가 갖는 신비한 능력
「산림욕」이란 과연 무엇일까?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해 주는 산림욕의 상쾌감은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휴일에는 도시의 번잡함을 피해 자연의 녹음을 찾아 하이킹이나 등산을 하는 사람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푸르름과 생명력 넘실대는 산림속으로 들어서면 상쾌한 공기가 가득하고 조금만 걷고 있어도 풋풋한 내움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산림욕 효과를 주는 산림향의 정체가 바로 「피톤치드」이다. 산림식물, 주로 수목 자신이 만들어 발산하는 휘발성물질로서 그 주성분은 테르펜(terpene)이라고 하는 유기화합물이다. 테르펜이 휘산되어 있는 상태의 대기에 인간이 접하는 것을 산림욕이라 부르고 있다. 최근에는 산림욕도 일광욕이나 해수욕과 같이 우리의 생활 속에 확실히 정착된 것 같다. 건강보전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피톤치드는 우리들의 몸을 쾌적하게 해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고 항균, 방충, 소취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그러므로 피톤치드를 잘 활용하여 우리들의 생활을 건강하고 윤택하게 해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나무향에 지나지 않는다고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피톤치드이다. 산림이나 나무에는 신비하고 불가사의한 매력이 숨겨져 있다. 이것을 일컬어 「산림의 정기(精氣)」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수목(식물)이 피톤치드를 만드는 이유
그렇다면 수목은 무슨 이유로 피톤치드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 수목이 광합성을 행하는 것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활동으로서 인간이 식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광합성은 태양의 빛에너지를 이용하여 탄산가스와 물로부터 탄수화물을 만들고 산소를 방출한다. 이것은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수목은 2차적으로 피톤치드와 같은 성분을 만들어 낸다. 이 피톤치드가 수목 자신을 보호하는 다양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식물에 대한 생장저해작용, 곤충이나 동물로부터 줄기나 잎을 보호하기 위한 섭식저해작용, 곤충이나 미생물에 대하여 기피․유인․살충작용을 하거나 병원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살균작용을 행하는 등 실제로 그 역할은 매우 다양하다. 토양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수목(식물)은 이동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외적으로부터 공격이나 자극을 받아도 피할 수가 없으므로, 피톤치드를 만들어 그것을 발산함으로서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것이다. 하찮은 미생물에서 만물의 영장인 인간에 이르기까지 생물이라는 존재는 생존하기 위한 다양한 기능을 몸에 지니고 있다. 피톤치드는 수목에 있어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비밀병기라고 할 수 있다. 정말로 생명의 신비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비밀병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무는 수백, 수천 년도 살아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수목을 비롯한 모든 생물은 자연의 오묘하고 섬세한 규칙을 철저하게 따르며 살아간다. 이것을 지키지 못하면 도태되기 때문이다.
다른 생물에 공격적인 피톤치드
피톤치드는 자기방어 뿐만 아니라 공격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생물은 자신의 세력범위를 넓혀 가려고 하며 이것은 식물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자리공을 예로 들어보자. 미국자리공은 공터나 도로변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다른 식물에 대하여 강력한 생장저해 작용을 갖는 물질, 즉 피톤치드를 분비하여 자신의 세력을 확대한 결과인 것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공터의 일면을 제패한 미국자리공도 수년이 지나면 억새에 자리를 빼앗기게 된다. 그 이유는 자신이 분비한 물질로 자가 중독을 일으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호도나무나 아까시나무의 주변에는 잡초가 거의 돋아나지 않는데, 이것은 피톤치드가 다른 식물의 발아나 생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낙엽송이나 편백 숲에 묘목을 심으면 그 생육이 나쁜 점이나 사과, 포도, 복숭아 등의 과수 및 가지, 토마토 등의 야채는 연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이것도 피톤치드에 의한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그루타기」라 부르고 있다. 초피나무나 유칼리나무 주변에서는 모기에 물리지 않는다. 모기에 대한 기피성 피톤치드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칼리나무에서는 시판 모기 기피제보다 강력한 활성을 갖는 성분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역할을 갖는 피톤치드는 뿌리로부터 땅속으로 분비되거나 잎에서 공기 중에 방출되어 확산된다. 잎으로부터 휘산된 것은 지상에 낙하하여 땅속으로 침투하고, 축적되어 다른 식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같이 산림 내에서는 격렬한 생존경쟁이 전개되고 있지만 언제나 싸움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 도와서 곤충 등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때도 있다. 외부의 적에 대하여 공동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나무의 chemical communication
피톤치드에 섭식저해 작용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설명했다. 나무가 해충의 공격을 받으면 이들 벌레가 싫어하는 성분을 잎에 축적하여 갉아 먹히지 않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접한 나무에 이 사실을 알려주기도 한다. 마치 피해신고를 하거나 경계경보를 울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렇게 되면 인접한 나무도 정확히 잎에 벌레가 싫어하는 성분을 생성시키므로 신비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나무끼리는 경계물질을 발산하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넓은 의미로 「allelopathy」라 부르고 있다. 「chemical communication 물질」이라고도 불릴 교류수단이 바로 피톤치드이다. 피톤치드는 마치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전화나 편지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피톤치드의 효과
피톤치드가 다른 생물에게는 공격적으로 작용하지만 인체에 대해서는 유익하며 우리 일상생활에 유용하다는 사실은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식물체 내에서 피톤치드가 하는 역할을 응용(모방 또는 modification)하여 그 기능성을 우리 일상생활에 도입함으로서 다양한 효용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피톤치드가 주는 효과를 크게 나누면 다음 3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표 1. 피톤치드의 효과
쾌적감 산림욕의 쾌적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자율신경의 안정에 효과적이며, 간기능을 개선하거나 잠을 잘 자게 한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소취․탈취 산림내에 가면 악취의 원인이 되는 동물의 사체나 썩은 나무 등이 있는데도 상쾌한 공기를 느낄 수 있다. 산림에는 공기를 정화하거나 악취를 없애는 기능이 있다. 이러한 소취작용은 주변의 생활취에도 효과적이다.
항균․방충 식품의 방부, 살균을 비롯하여 방이나 욕실의 곰팡이, 집먼지진드기 등의 방충에도 효과적이다. 항균작용은 인체를 좀먹는 병원균에도 유효하다. 인체에 안전한 천연물이므로 부작용의 염려가 없으며 온화하게 작용한다.
생활의 지혜에서 보는 피톤치드
산림이나 나무에 신비적이고 불가사의한 힘이 있다는 사실은 옛날부터 알려져 왔다. 그리하여 현대인은 피톤치드가 갖는 효용을 생활의 지혜로서 다양한 형태로 활용해 왔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산림의 혜택을 생활에 교묘하게 도입한 것이다. 앞에서 피톤치드가 주는 효과에 대하여 설명했으나 여기에서는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형태로 도움이 되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음식물 선도유지와 피톤치드
수송수단이 발달한 현대에는 산지에서 직송한 신선한 식료품이 매일 식탁에 올라온다. 또 남은 음식물은 냉장고에 넣어 두게 되며 냉동식품도 많이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수송수단이 제한되어 현재와 같은 냉장고나 냉동식품 등이 보급되어 있지 않았던 시대에는 「음식물을 보존하는 것」그 자체가 큰일이었다. 어패류나 육류를 비롯한 식품을 그대로 방치해 두면 산화하여 부패된다. 「산화(酸化)」란 우리 주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것은 식품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면 산소와 반응하여 물질이 타거나 철이 녹스는 현상도 산화이다. 식품이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면 과산화물이 생기면서 분해된다. 이 현상이 식품의 부패이다. 따라서 식품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산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산화방지에 피톤치드가 이용되어 왔다. 피톤치드의 역할이 음식물의 선도유지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기 때문이다. 또한 피톤치드는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세균에 대해서도 효과가 있으므로 식품의 보존뿐만 아니라 예컨대 「날것」을 먹을 때에도 다양한 형태로 이용되어 왔다. 옛날 사람들은 지혜를 모아 여러 가지 궁리를 해 왔던 것이다.
생선횟집과 피톤치드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보기 위해 생선횟집 조리대를 살펴보기로 하자. 손님들에게 줄 생선회를 써는 도마로 「소나무」가 사용되고 있다. 소나무에는 α 및 β-pinene, myrcene, β-thujene, bornyl acetate 등 테르펜류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이들 성분의 상승효과에 의해 항균작용이 발휘되는 것이다. 또 생선회가 담긴 그릇에는 항상 레몬 조각이 따라 나온다. 대부분 레몬 즙을 짜서 생선에 뿌리거나 간장소스에 넣어 먹는다. 레몬 향에는 d-limonene이라는 성분이 90% 정도 함유되어 있다. 이 성분은 뛰어난 항균 및 탈취력을 겸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몬에는 비타민C도 다량 함유되어 있다. 그 효능은 새삼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비타민C에 뛰어난 항균 및 산화방지 작용이 있다는 사실은 아마 알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같이 일견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 있는 곳에도 생활의 지혜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또 생선회는 위생에도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절기에는 더욱 그렇다. 국내의 전체 식중독 발생건수 가운데 어패류나 그 가공품에 의한 식중독이 20~30%를 차지하는 등 생선회가 오랫동안 식중독 발생 원인식품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이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으로 하여금 강력한 법제정을 서두르게 한 원인이 된 듯하다. 이 법규에서는 가열, 가공처리 없이 그대로 섭취하는 수산물(횟감, 냉동회, 냉장회)에 대해 장염비브리오, 살모넬라, 황색포도상구균,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 등 4가지 식중독균을 정기 또는 부정기적으로 수거해 검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생선회 등에서 식중독균이 한가지라도 검출되면 이를 판매한 접객업소에 대해 최고 영업허가를 취소할 만큼 법규를 강화시킨 것이다. 강력한 항균력을 갖는 피톤치드의 새로운 역할을 기대해 봄직하다.
초밥집과 피톤치드
국내에서 본 기억은 없으나 일본에서는 초밥을 넣은 유리케이스 안에 「화백」잎을 넣는다. 이것은 단지 보기 좋게 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며 화백에 함유되어 있는 성분인 pisiferic acid의 강한 산화방지 작용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초밥을 만들 때에는 고추냉이(일명 와사비)를 사용하는데 생선회를 먹을 때에도 사용한다. 고추냉이의 향에는 allylisothiocyanate 라는 성분이 들어 있으며 강력한 항균작용을 한다. 초밥을 먹을 때에는 녹차를 마시는데 이 녹차에는 chatechin이라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이 성분에도 항균작용이 있다. 또 하나 초밥을 먹을 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생강이다. 생강에는 geranyl acatate라는 성분이 들어 있으며 역시 항균작용을 갖는다. 또 초밥을 넣은 사이에「조릿대 잎」이나 「깻잎」을 곁들여 사용하는데 보기 좋을 뿐만 아니라 선도유지에도 정성을 들인 배려이다.
식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피톤치드
생선횟집과 초밥집을 살펴 본 것만으로도 실로 지혜로운 방법으로 안전하게 날것을 먹을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뭇잎은 식품의 보존에 수없이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팥소를 넣고 벚나무나 떡갈나무 잎으로 싸서 찐 떡이 있다. 벚나무 잎은 염적(鹽積)함에 따라 방향(芳香)이 발생한다. 그리고 벚나무 잎에는 coumarin이라는 강한 항균성을 가진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또 떡갈나무 잎에도 역시 eugenol이라는 항균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예를 들자면 한이 없다. 위스키의 술통으로 참나무를 이용하는 것은 나무향을 배게 하여 독특한 풍미를 내는 것과 부드러운 맛을 내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방부효과를 내게 하기 위한 때문이기도 하다. 향신료도 피톤치드의 일종이다. 우리가 스파이스로 부르고 있는 후추, 클로브, 육두구 등에는 항균작용이나 산화방지 작용이 있을 뿐만 아니라 소화를 돕거나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는 작용이 있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식생활과 피톤치드
소나무 잎 정유를 사용하여 공기 중에 떠다니는 균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는지를 검토한 실험이 있다. 먼저 샤레에 여과지를 깔고 일정량의 정유를 넣었다. 이어서 우리들의 주식인 밥을 샤레에 넣고 공기 중에서 4시간 방치하여 균의 침입을 유도하였다. 4시간 후 뚜껑을 덮고 실온에서 5일간 보관하면서 정유의 균생육 억제력을 조사한 것이다. 이렇게 처리하면 아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유를 넣지 않았을 때(사진 좌상)에는 하루도 못되어 무수한 균이 침입하여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소나무 정유를 넣었을 때에는 50㎕에서 2일간(우상), 100㎕에서 3일간(좌하), 그리고 200㎕를 넣었을 때(우하)에는 최소한 5일간 곰팡이가 발생하지 않았다. 즉 곰팡이의 포자발아나 균의 생육을 소나무 잎 정유가 저해한 것이다. 비교적 간단한 실험결과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여름철 부패하기 쉬운 식품에 피톤치드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많은 분야에서 응용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와 같이 피톤치드는 우리 식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인 셈이다.
사진 1. 공중 부유균에 대한 소나무 잎 정유의 균생육 억제효과
무처리(좌상), 50㎕(우상), 100㎕(좌하), 200㎕(우하)
(이성숙, 1998)
생활에 이용된 피톤치드
피톤치드를 일상생활에 유용하게 사용하는 지혜는 비단 식품에 제한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 생활 주변에도 활용되고 있다. 「나한백으로 지은 집은 3년간 모기가 없다」고 자주 말한다. 집을 지을 때 이러한 나한백이나 편백, 소나무 등의 목재를 사용하는 것은 나무가 방출하는 피톤치드에 의해 집먼지진드기, 모기, 곰팡이 등의 접근을 막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한백에는 hinokitiol이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강한 항균성이 확인되고 있다. 또 가구에 나무를 사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녹나무는 장뇌의 원료가 되는 나무로서 camphor라는 방충․방부작용이 뛰어난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녹나무로 만든 가구에는 방충제를 넣을 필요가 없다고 할 정도이다.
연중행사와 피톤치드
계절마다 여러 종류의 행사가 열린다. 여기에서는 단오와 동지가 피톤치드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옛날에는 단오(수릿날)의 절기에 여성들은 창포 삶은 물로 머리를 감는다. 남성들은 창포로 술을 담아 마시기도 하며 어린이는 창포탕을 만들어 세수를 하기도 하였다. 창포 잎을 뜨거운 물로 우려내어 사용하는 데 창포 잎에는 asarone이라는 방향성분이 함유되어 있으며 이 향에는 진정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창포물에 세수하거나 머리감는 것만으로 피로를 회복하고 정신을 편안하게 하고자 했던 것이다. 또 서양창포의 근경에는 위통을 완화하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단오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으나 옛날 사대부들은 여름철에 석창포를 길렀다고 한다. 수반에 물을 채우고 돌을 얹은 뒤 그 틈에 석창포를 심어서 푸른 바다와 섬을 상상하면서 더위를 씻었던 것이다. 석창포는 등불의 그을음을 흡수한다 해서 「문방오우」로 불릴 만큼 선비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고 한다.
동지를 전후해서는 약호박을 먹는 습관이 있다. 겨울철에는 신선한 야채가 부족하기 쉽다. 추워지면 감기에 걸리거나 관절이 쑤시기도 한다. 호박에 들어 있는 황색 카로티노이드는 체내에 들어가서 비타민 A로 형태를 바꾼다. 비타민 A는 감기예방에 효과적이다. 이와 같이 피톤치드는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관계되어 온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옛 선인들의 생활지혜에는 솔직히 머리가 숙여진다. 이처럼 오랜 경험에서 스며 나온 지혜가 최근에는 과학적인 관점에서 재평가되어 여러 가지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나무의 향․허브․한방약
피톤치드가 「나무향」이라고 서두에서 설명했지만 생선횟집과 초밥집에서는 고추냉이나 생강, 레몬 등이 등장했었다. 「식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피톤치드」에서는 향신료로서 후추까지 등장했다. 최근에는 생활의 일부로서 허브를 즐기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향기로 방안을 꾸미거나 요리나 녹차를 즐기기도 하는 등 상당히 인기가 높다. 이 허브는 피톤치드와 어떻게 다른 것일까? 또 식물의 뿌리 등을 끓여 마시는 한방약도 피톤치드의 일종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인가? 다소 혼란을 겪을 수도 있겠으나 여기에서는 이러한 의문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나무와 풀의 차이
나무도 풀도 식물이다. 식물이란 일정한 장소에 고정되어 살아가는 생물이다. 나무와 풀의 차이는 2차 부피생장의 유무이다. 즉 나무는 매년 성장하여 크게 자라지만 풀은 1~2년에 지상부가 말라죽는다. 여담이지만 대나무는 풀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나무이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생산하여 다른 생물을 「죽이는」힘이다. 그러므로 고추냉이나 생강, 레몬 성분도 훌륭한 피톤치드가 되는 것이다.
휘발성 향만이 피톤치드는 아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피톤치드는 「수목이 생산하여 발산하는 휘발성 물질로서 주성분은 테르펜류」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산림욕을 예로 들면 가장 이해하기 쉬우며, 무엇보다 산림향의 효용을 알아주길 바랐기 때문에 이와 같이 설명한 것이다. 또 우리에게 산림에 보다 친숙해 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휘발성 물질만이 피톤치드는 아니다.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불행하게도 사실이다. 국내에서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이 미처 진의를 확인하지 못한 채 포괄적 개념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이런 오해가 빚어진 듯 하다. 그래서 지금은 피톤치드가 곧 휘발성 정유 그 자체가 되고 만 것이다. 본래 피톤치드(phytoncide)란 고도의 전문적인 용어로서 식물을 의미하는 「phyto」와 죽인다라는 의미를 갖는 「cide」의 합성어이다. 따라서 광범위하게 취급할 경우 피톤치드란 「식물에 함유되어 있는 물질로서 미생물의 번식이나 생장에 영향을 주는 모든 물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 성분은 휘발성 테르펜류는 물론이고 알칼로이드, 배당체, 플라보노이드, 페놀성물질 등 비휘발성 성분을 망라한다. 자료에 따르면 식물에 함유되어 있는 물질의 약 70% 정도는 어떠한 형태로든 균에 저항성을 갖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것은 「생물활성물질」로도 불린다. 또 피톤치드 중 휘발성 물질을 「volactance」라 부르기도 한다. 이와 같이 피톤치드는 다종다양하며 그 기능도 각양각색이다. 다만 여기에서는 피톤치드라는 용어 자체가 일반인들에게 「산림욕에 기여하는 휘발성물질」로 너무 강하게 각인되어 있는 관계로 그것을 그대로 피톤치드라 부르기로 한다. 혼동하는 일은 없어야 되겠다. 아래 그림은 식물, 미생물, 동물 상호간에 작용하는 화학물질을 개괄적으로 정리하여 작성한 것이다. 피톤치드의 위치가 잘 표시되어 있다. 기존 문헌과 저자의 생각을 정리하여 작성한 것이나 전 분야가 망라되어 있다고 하기에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림 1. 식물, 미생물, 동물 상호간에 작용하는 화학물질
(강하영, 1994)
허브나 한방약도 모두 같은 종류
허브란 「香草」 또는 「藥草」를 뜻한다. 건조시킨 것을 「spice」로 부르기도 한다. 물론 피톤치드의 한 종류이다. 다만, 그냥 피톤치드라 할 경우 산림욕 이미지가 강하므로 목재의 향을 연상시키게 되고, 허브라 하면 라벤더와 같은 꽃향을 가리키는 경향이 있다. 한방약은 중국 전래의 의술에서 이용된 약이다. 건조시킨 약초 등을 끓여 마신 경험이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무나 풀뿌리, 줄기, 껍질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성분도 피톤치드이다. 옛날부터 차전초, 쑥, 얼룩조릿대, 이질풀, 미나리, 민들레, 삼백초, 달래 등은 약초로서 그 효능과 함께 잘 알려져 있다. 나무향, 허브, 한방약 등은 모두 같은 종류인 것이다.
약이 되는 나무
이와 같이 식물에는 약으로 작용하는 것들이 많이 있다. 옛날부터 경험적으로 효능이 알려져 약초나 약용수목으로 널리 사용되어 왔던 것이다. 이들 중에는 그 성분을 추출하여 의약품의 원료로 이용하기 위해 약용으로 재배되고 있는 것도 다수 있다. 아래 표는 주요한 약용수목의 일람표이다. 이것을 보면 나무에는 놀랄만한 각종 효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무향의 구성성분
나무향(정유)의 생성
정유는 주로 식물체내에서 생성되지만 통상 유선(油腺, oil glands) 또는 선모(腺毛, glandular hair) 내에 함유되어 있거나 수지내에 녹아있는 형태로 식물체의 공동에 존재한다. 그 대부분은 종자식물의 꽃, 꽃봉오리, 잎, 가지, 줄기, 뿌리 등 각 부위에서 얻어지며, 조성은 식물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정유를 포함하여 식물성분이라 부르는 것은 식물의 대사산물로서 어떤 기관에서 또는 어떤 목적으로 생성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정유화학 연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미 정유의 주성분인 테르페노이드나 페놀류는 식물체내에서 어떤 과정으로 생합성되는지 그 메카니즘이 해명되어 있다.
정유는 terpenoid, poly terpenoid, phenol류 등 수십 내지 수백 성분을 함유하는 혼합물이다. 이 정유는 속칭 “기름주머니”라 불리는 저장기 내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많다. 일반적으로 동일 종, 동일 속 식물의 정유는 성분의 종류, 조성 및 함량도 거의 일정하고 규칙적으로 생성되며 결코 우연한 생성물이 아니다. 그러나 식물이 생육하는 토지의 기후풍토에 따라 또는 수확시기의 차이에 따라 성분조성 및 함량에 차이가 나게 된다. 정유의 종류는 520여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식물학적으로 분류하면 57개 과에 이른다.
정유는 대별하여 테르펜계 화합물, 지방족 쇄상화합물과 방향족화합물을 함유하고 있다. 나자식물의 정유는 조성이 비교적 단순하여 테르펜계 탄화수소를 주요 성분으로 하고 있는 것이 많으나, 피자식물의 정유는 각종 화합물의 복잡한 혼합물이다. 또한 쌍자엽식물은 단자엽식물보다 개략적으로 정유함유량이 많다. 정유중에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는 테르펜류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하기로 한다.
테르펜류(terpenoid)
테르펜류는 정유뿐만 아니라 천연수지, 천연고무에서 단리되는 화합물의 모체가 되는 화합물이며, (C5H8)n의 분자식을 갖는 쇄상 및 환상의 탄화수소로서 모체의 테르펜 탄화수소와 같은 탄소골격을 갖는 알코올, 알데하이드, 케톤 및 그 외의 유도체까지 포함하여 말한다. 이 테르펜류의 특징은 모두 2-methyl butane 골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테르펜 탄화수소의 대부분은 불포화탄화수소이고, 이것은 이소프렌의 중합물로 생각되며 이소프렌 분자는 두미결합(頭尾結合, head to tail)을 하고 있다. 이러한 배향성을 isoprene rule이라 부르고 있다.
테르펜류는 이소프렌 단위의 수에 따라 헤미테르펜(hemiterpene, C5H8), 모노테르펜(monoterpene, C10H16), 세스퀴테르펜(sesquiterpene, C15H24), 디테르펜(diterpene, C20H32), 세스타테르펜(sestaterpene, C25H40), 트리테르펜(triterpene, C30H48), 폴리테르펜(polyterpene, (C5H8)n)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또 일부 예외로서 isoprene rule에 따르지 않지만 테르펜류에 매우 가까운 santene(C9H14) 등의 유도체도 테르펜류로 취급하고 있다. Carotenoid도 또한 이소프렌을 모체로 하는 구조를 하고 있다. 테르펜류 중 가장 사용빈도가 높은 것은 모노테르펜류로서, 이것은 정유로부터도 단리가 간단한데다 가장 많이 존재하여 합성도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이다. 세스퀴테르펜류는 정유 중의 함유량도 모노테르펜류와 비교하면 적고 합성도 어려워서 많은 비용을 요한다. 따라서 세스퀴테르펜류 또는 디테르펜류는 어떤 특정한 용도에 사용되는데 지나지 않는다.
【탄화수소류】
정유의 구성성분 중 모노테르펜 탄화수소는 대부분 상온에서 액체이며, 비점은 통상 150~200℃ 정도이다. 구조적으로는 myrcene과 같은 쇄상 테르펜, limonene과 같은 1환성 테르펜, 그리고 pinene과 같은 2환성 테르펜으로 분류된다. 세스퀴테르펜 탄화수소는 비점이 250~300℃로 비교적 높으며 대부분이 환상구조를 갖는다. 정유의 구성성분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탄화수소류는 일반적으로 살균․소독작용 및 항염증작용이 있다.
【알코올류】
테르펜에 물 1분자가 부가된 구조를 가지며 향료로서 가치있는 것이 많다. 결정성 물질이 대부분이다. 알코올류에는 뛰어난 살균․소독작용과 기분을 고양시키는 작용이 있다.
【에스테르류】
산성물질인 산류가 여기에 포함된다. 수목 정유에는 초산부가물이 많이 존재한다. 에스테르류는 살균작용과 진정작용을 한다.
【페놀류】
페놀류에는 중추신경계에 대하여 강한 자극 촉진작용이 있으며 살균작용도 겸비하고 있다. 또한 피부를 불쾌하게 자극하는 경우도 있다.
【케톤류】
케톤류 중에는 유독한 성분이 많은 반면, 울혈(鬱血)을 제거하고 점액의 유동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케톤류를 다량 함유하는 식물과 추출액이 기관지의 각종 질환에 유익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산화물류】
산화물(oxide)류는 거담작용에 관여한다. 또 알데하이드류는 기분을 고양시키는 반면, 진정시키기도 한다.
정유의 성상
정유는 통상 물에 불용, 유기용제에 가용의 액체로서 방향 또는 취기가 있다. 대부분이 물보다 가벼우나 그 중에는 정자유, 계피유 등과 같이 물보다 무거운 것도 있으며 비중은 0.7~1.07의 범위에 있다. 상온에서 액체이지만 냉각하면 결정을 석출하는 것이 있으며, 그 결정을 stearoptene(腦分)이라 하며 결정화되지 않는 부분을 oleoptene(油分)이라 한다. 비점은 통상 70~350℃의 범위이다.
피톤치드 추출법
피톤치드는 어떠한 형태로 이용되는 것일까? 나뭇잎으로 식품을 싸거나 약초, 한방약과 같이 끓인 물을 마시거나 향신료로서 이용하는 방법 등은 옛날부터 이용하던 방법이다. 「산림욕」 또한 훌륭한 이용방법 중의 하나이다. 주택이나 가재도구에 목재를 사용하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피톤치드의 이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향료를 비롯하여 각종 일상용품의 원료로서 피톤치드를 이용하려면 「정유」를 채취하는 것부터 하여야 한다. 식물정유는 잎, 꽃, 뿌리, 열매 등의 부위에서 추출하지만 무엇보다도 천연물이므로 소량 밖에 얻어지지 않는다. 장미정유 한 방울을 얻으려면 장미꽃 60송이 이상이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귀중하다. 수목의 경우, 일반적으로 정유는 잎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나한백은 재부에 hinokitiol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제재시에 나오는 톱밥에서 정유를 추출한다. 추출방법의 대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수증기 증류법(steam distillation)
정유의 대부분은 물에 녹지 않으므로 수증기의 열에 의해 향기성분이 변화되지 않는 것에는 이 방법이 가장 간편하며,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서로 불용인 혼합물 증기의 전 압력은 순성분 각각의 증기압의 합과 같으므로, 정유의 증기압과 물의 증기압의 합이 증류조 내의 압력과 같아지면, 정유는 수증기와 함께 비등하여 유출하게 된다. 정유성분의 비점(150~350℃)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 유출시킬 수 있으므로 성분의 분해나 변질의 염려가 거의 없다. 그러나 head space를 수증기 증류 초기에 놓쳐버릴 위험이 있다. Ross oil, orange flower oil은 수용성 성분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수증기 증류시 수용성 성분은 물쪽으로 이동한다. 일반적으로 장미수라 하는 것은 이 물을 일컫는다. 잎, 줄기, 뿌리의 경우는 수확한 직후 또는 중량의 1/3 내지 1/4 정도로 건조한 것을 사용하며, 목질부의 가지나 줄기, 근주는 절삭기로 잘게 부수어 사용하고, 종자나 열매는 분쇄기로 분말화한 다음 수증기 증류한다.
압착법(expression)
오렌지, 레몬, bergamot oil 등 감귤류의 과피에는 기름주머니(油房)가 있어서 그 안에 정유가 함유되어 있으므로, 압착하거나 과피에 상처를 내면 간단하게 정유를 얻을 수 있다. 압착법에는 해면법(스폰지법), ecuelle법 등 옛날부터 사용되어 온 가내수공업적인 방법이 있으나, 그 후 롤러의 간극으로 압착하는 롤러법으로 진보되어 과실의 세척, 과피의 분리, 압착 등 모두 자동화되어 있다. 근년에는 레몬을 비롯하여 파인애플, 사과, 포도, 딸기 등 모든 과실에서 과즙을 제조하는 것이 대기업의 식품공업으로 확립되어 있으므로, 과실에센스는 과즙에 포함시켜 이용되고 있다. 과실을 필요로 하지 않는 bergamot, mandarin, lime oil 등은 압착한 과즙에서 분리한 것이다.
추출법(extraction)
수증기 증류는 간단한 대신 향기성분이 가열에 의해 분해될 위험성이 있는 것, 또는 성분의 일부가 물에 녹는 것에 대해서는 적당한 방법이 아니다. 특히 꽃향기는 이러한 경우가 많으므로 가능한 낮은 온도에서, 또 물을 사용하지 않고 정유를 추출하는 방법이 행해진다. 추출법에는 유지흡수법, 휘발성 용제추출법, 초임계유체추출법이 있다.
【유지흡수법(fat adsorption)】
일반적으로 유지류는 향기를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정제하여 무취화한 유지류(소기름(牛脂), 돼지기름(豚脂) 또는 두 유지의 혼합물, 올리브유)에 꽃을 담그고, 수증기보다 낮은 온도인 60~70℃ 정도로 가온하여 꽃향기를 흡수시킨다. 이 방법을 온침법(maceration)이라 하며, 실온에서 꽃향기를 흡수시키는 방법을 냉침법(enfleurage)이라 한다. 꽃 정유를 추출하는데는 후자가 이상적이지만 조작이 번잡하다. 유지에 꽃 정유를 고농도로 흡수시켜 포화시킨 것을 pomade(香脂)라 한다. 또 pomade에 고순도의 알코올을 가하여 꽃 정유만을 추출하는데 이 추출액을 extract라 한다. Extract에서 알코올을 회수하면 꽃 정유가 남는다. 이것이 absolute이며 꽃 정유로는 최상품이다. 또 pomade를 알코올로 추출하여 얻은 것을 고형상 꽃 정유(flower concrete)라 한다.
【휘발성 유기용제 추출법(organic solvent extraction)】
꽃 정유 추출에 널리 이용되고 있는 방법으로서, 석유에테르, 펜탄, 벤젠, 헥산, 에테르, 염화메칠, 사염화탄소, 클로로포름, 메탄올, 에탄올 등이 이용되며 꽃을 대량으로 처리할 수 있다. 오늘날에는 장미, 자스민, 미모사, 카네이션, 바이올렛, 오크모스 등의 꽃 정유가 이 방법으로 생산되고 있다. 용제는 이취(異臭)를 제거하기 위하여 황산, 알칼리 등으로 세척․정제한 것, 석유에테르의 경우 비중 0.65 (15℃) 정도인 것을 사용한다. 추출조작은 실온에서 행하며, 용기내에 꽃잎과 찬 용제를 넣고 상온에서 충분히 교반하여 꽃향기를 이행시킨 후, 꽃잎을 제거하고 용제를 가능한 저온에서 회수하면 연고상의 물질이 남는다. 이것은 꽃잎에 함유되어 있는 밀납물질에 기인하는 것으로 이것을 concrete라 한다. Concrete를 알코올에 용해한 후 -20℃로 냉각하여 석출하는 밀납물질을 제거하여 absolute 꽃 정유를 얻는다.
【초임계유체 추출법(supercritical fluid extraction, SFE)】
최근 개발된 방법으로서 초임계 유체인 액화이산화탄소, 액화프로판 및 부탄 등 초임계 유체를 꽃 정유나 식품 flavor의 추출에 이용한다. 추출한 액화가스를 실온에 방치하면 가스는 휘발되고 꽃 정유는 남는다. 꽃 정유 등에서 특히 head space물질을 필요로 할 때, 또는 용제추출 등에서 향이 변질될 우려가 있는 경우 이 방법이 유용하다. 문제는 향기성분이 임계온도에서 모두 추출되는지 여부이다. 또한 특수한 장치가 필요하며 대량추출에는 경비가 많이 소요되는 것이 결점이다. 그러나 신선한 향기를 갖는 꽃 정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꽃 이외의 부위에도 적용된다. 프랑스에서는 액화부탄에 의한 꽃향기 추출법이 완성되어 프랑스 남부 그라스 지방의 로베르떼사가 jasmine, rose, tuberose, oak moss 등의 꽃 정유를 제조하고 있으나, 이 방법으로 얻은 것을 butaflor라 총칭하며 품질의 우수성을 자랑하고 있다.
침엽수와 활엽수의 정유함량
정유를 함유하는 량은 나무의 종류에 따라 상당히 다르다. 아래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구상나무, 편백, 화백, 전나무 등의 수목에 정유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그러나 잡목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참나무류나 아까시나무, 그리고 상록활엽수인 사철나무, 차나무, 회양목 등에는 거의 함유되어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침엽수(평균 1.06%)가 활엽수(평균 0.22%)보다, 여름철이 겨울철보다 정유를 함유하는 량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산림대기 중의 휘발성 피톤치드
지구규모의 연간 방출량
지구상에 현존하는 식물자원의 총량은 1,841×109톤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90%를 산림이 차지하고 있다. 또 매년 170×109톤이 순생산되고 있다(Whittaker, 1975). 이 막대한 식물자원이 방출하는 휘발성물질도 실로 엄청날 것이다. 한 자료에 의하면 정유를 근거로 산출한 휘발성물질을 탄화수소로 환산한 량이 연간 약 1억7,500만 톤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것은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와 자동차 배기가스 량의 약 6배에 상당하는 엄청난 량이라 한다. 북반구에 생육하는 침엽수림으로부터는 하루에 3~5kg/ha, 활엽수림으로부터는 약 2kg/ha의 테르펜류가 대기 중에 방출된다. 일본의 경우 삼나무에서 여름철 4kg/ha의 테르펜이 하루에 방출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으며, 지리적으로 유사한 환경에 있는 우리 나라도 일본과 비슷한 량의 테르펜이 방출될 것으로 추정된다. 수목에서 방출되는 향기 성분량은 일반적으로 그 수목이 함유하고 있는 정유함량에 비례하며, 정유함량이 높은 수목은 방출량도 많다.
계절별 피톤치드 방출량
우리 나라의 산림대기 중에는 어느 정도의 휘발성 피톤치드가 방출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을 측정하기 위하여 바람이 거의 없는 맑은 날 각 시료 수종으로부터 휴대용 소형 흡인펌프(Personal mini pump, PMP-025형)를 사용하여 분당 100㎖의 속도로 1 시간 동안 Tenax GC 포집관에 임분내의 공기를 흡입․포집하여 밀봉한 후 GC로 함량을 분석하였다. 포집은 오전 12시에 수고 1.5m 부위에서 실시한 것이다. 그 결과 산림대기 중에 방출되는 피톤치드의 량은 상록침엽수가 10ppb 전후였다. 활엽수 및 낙엽침엽수는 3~5ppb로서 상록침엽수의 1/2 정도에 불과하였다. 계절별로는 봄이나 가을철보다 여름철에 상대적으로 방출량이 많았고, 상록침엽수는 낙엽침엽수 또는 낙엽활엽수보다 방출되는 피톤치드 량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신갈나무, 낙엽송은 잎이 붙어 있는 시기에 비해 잎이 떨어진 11월에 방출량이 급감한다. 따라서, 산림내 대기중의 휘발성 테르펜 량도 봄부터 증가하여 기온이 상승하는 여름철에 최대치에 달하게 된다.
수목에서 방출되는 테르펜의 종류
수목의 잎은 다량의 정유를 함유하고 있다. 적게는 수십 종에서부터 많게는 수백 종의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그러나 모든 정유성분이 그대로 식물체 밖으로 방출되지는 않는다. 잎에 있는 휘발성 성분 중 어떤 성분이 대기로 방출되는지, 또 어느 정도의 량이 방출되는지를 전술한 방법으로 분석하여 그 결과를 아래 표에 나타냈다. 잎의 정유함량이 높은 상록침엽수인 잣나무, 소나무가 역시 가장 많은 량을 방출했다. 소나무의 경우, 잎 정유를 추출하여 분석해 보면 50여종의 테르펜 성분을 함유하고 있으며, 주성분은 α- 및 β-pinene, myrcene, β-thujene, bornyl acetate 등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α-pinene의 함유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소나무림에서 방출되는 테르펜의 종류는 모두 휘발성이 강하고 분자량이 작은 모노테르펜류이다. 잎 정유에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는 α-pinene의 방출량이 전 휘발성분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신갈나무, 잣나무, 낙엽송에서도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시각별 방출량
숲 속에서 느끼는 상쾌한 기분은 아침저녁의 서늘하고 고요한 때일수록 좋다. 그렇게 느끼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쾌적함은 피톤치드와는 관계없는 이야기이다. 산림대기 중의 공기를 포집하여 분석해 보면 침엽수나 활엽수 모두 기온이 상승하는 정오 무렵에 방출량이 최대치에 달한다. 아침저녁의 2~3배에 상당한다.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기온이 높아질수록 발산량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공기 유동이 빨라져서 상대적으로 느끼는 강도는 약해진다. 또 숲의 임상(林相)이 빽빽하면 할수록 외부로 빠져나가기 어렵고, 깊은 숲일수록 피톤치드 효과가 크다는 사실도 밝혀져 있다. 침엽수․활엽수를 막론하고 테르펜 물질이 한낮에 기온이 높을 때 많이 발산된다 하더라도 후술하는 쾌적감과 관련지어 생각해 볼 경우, 아침부터 한낮까지의 오전 중이 산림욕에 적당한 시간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Ⅱ. 피톤치드의 생리활성
피톤치드의 안전성
일반적으로 천연물에서 추출한 대부분의 피톤치드(정유)는 인체에 무해하며 오히려 생리적으로 활력을 증진시키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부 정유에는 독성물질을 함유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러한 정유는 그 용도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실제로 국내에 자생하는 식물 및 산림자원에서 얻은 정유에 대한 독성 관련자료는 전무하다. 그러므로 독성의 유무를 언급할 때에는 외국자료를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 국산 정유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 커다란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들 정유를 이용하고자 할 때에는 생체에 대한 안전성 여부와 적용용량 등의 결정이 필요하고, 또 이들 물질에 대한 경구 급성 및 만성독성과 혈청학적인 안전성 여부의 평가 또한 필요하다. 독성물질은 극미량에서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을 감안하여 여기에서는 국내에서 추출한 정유의 안전성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피톤치드는 무독성물질인가?
통상, 경구투여에 의한 급성독성은 체중 1kg당 2,000mg을 투여하여 죽지 않거나 일반적인 상태의 이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 이상의 용량으로 실험하는 것은 불필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국산 정유에 대한 독성 연구가 처음으로 시도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물이나 인간에 적용할 때 독성수준을 명확히 설정하고자 LD50치(실험동물의 50%를 죽이는 물질의 중량)를 구하였다. 예비실험을 통하여 소나무, 잣나무, 편백, 화백정유에 대한 LD50의 근사치를 구한 후에 투여용량을 결정하고, 마우스는 암컷과 수컷을 동일하게 무작위로 군별 10마리씩 배치하여 경구투여에 의해 정유의 독성을 검토했다. 실험동물에 대해서는 임상증상을 체크하고 부검을 실시하여 위점막과 장점막의 상태도 동시에 확인하였다. 그 결과 일부 사망한 마우스에서는 장관의 탈락현상이 관찰되었다. 그러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잣나무정유의 LD50치는 12.0g/kg, 편백 및 화백정유는 각각 8.5g/kg, 9.5g/kg, 소나무정유는 3.5g/kg으로 이들 정유는 모두 무독성 물질로 확인되었다.
표 12. 마우스에 대한 정유의 독성
정 유 LD50(g/kg 체중)
대 조 군 -
소 나 무 3.5
잣 나 무 12.0
편 백 8.5
화 백 9.5
혈청화학적 안전성
전술한 독성실험에서 4종의 수목정유는 독성이 없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독성의 유무를 단지 2분법적 방법이나 흑백논리만으로 판단하는데는 아무래도 무리가 따른다. 더 정밀한 검토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유는 우리 인간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급성독성의 한계용량으로 알려진 5g/kg을 투여하고 혈청화학적으로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화백정유를 투여한 군에서만 알라닌 전이효소(ALT)치가 약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정유의 투여가 간 손상을 초래했을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겠으나 증가된 효소치가 마우스의 정상 효소치 범위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었다. 다만 소나무정유 투여군의 혈청화학 검사 결과 중 알칼리 포스페테이스(ALP)의 수치가 약 1.7배 증가하였으나, 부검결과 간, 장, 신장의 기능에는 별다른 이상징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급성 경구독성 및 혈청화학적 검사결과를 종합해 볼 때, 소나무, 잣나무, 편백, 화백정유는 생체에 매우 안전한 물질로 결론지을 수 있었다.
생체에 미치는 활력
활력이란 생물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 즉 에너지를 의미한다. 생물학적으로 여러 가지 측정법이 있으나 여기에서는 두 가지 방법으로 평가한 자료를 소개하고자 한다. 국내에서 추출한 소나무, 잣나무, 편백, 화백정유를 시료로 사용하였다. 먼저 실험동물을 기화된 정유에 지속적으로 노출시켜 체중변화를 관찰하였다. 수목정유가 마우스의 체중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것이다. 다음으로 수목정유가 생체의 활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 효과를 조사하였다. 실험동물을 기화된 정유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킨 후 실험동물의 활력을 비교하기 위하여 4℃의 물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헤엄치는지 그 시간을 측정하여 생존시간을 비교한 것이다. 두 가지 방법에 의한 실험결과, 먼저 실험동물을 각각의 정유에 노출시킨 후에도 체중변화는 차이가 없었다. 또한 활력변화를 평가하기 위한 swimming test 결과에서도 활력의 차이가 없었다. 다시 말해서 기화된 정유에 마우스를 장기간 노출시켜도 체중 및 활력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생리적 변화는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 정유의 독성평가 결과와 종합해 볼 때 방향제나 소취제와 같은 일상용품으로 사용하더라도 정유가 생체의 활력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표 13. 정유처치 후 물에서 마우스의 생존시간
처 리 동물수(두) 생존시간(분)
대조군 10 6.70 ± 0.92
소나무 10 6.22 ± 0.94
잣나무 10 6.88 ± 1.05
편 백 10 5.59 ± 1.53
화 백 10 5.74 ± 1.44
피톤치드의 항균작용
최근에는 「결벽증」혹은 「청결증후군」과 같은 용어에 자주 접하게 되며, 마치 「항균 붐」이라고 할 정도로 타인이 사용한 물건에 강한 거부반응을 나타내거나 오염에 대하여 철저하게 혐오감을 나타내는 경향이 더욱 강렬해지고 있다. 더욱이 알레르기, 식중독, 감염증 등의 문제가 이러한 경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 현상이다. 식물 자신을 보호하는 무기로서 피톤치드에는 항균작용이 있다. 여기에서는 「항균」에 대하여 생각해 보면서 피톤치드가 완수할 역할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살균․멸균․ 항균․ 제균의 차이
이들 용어는 균에 대하여 저항력을 갖는다는 점에서는 동의어로 볼 수 있다. 「살균」이나 「멸균」은 본래 의료현장에서 사용하는 용어, 즉 의학용어에 유래하고 있다. 살균제라거나 멸균용기와 같은 경우이다. 이들 의료에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약사법(공중위생의 향상을 위하여 약국, 의약품, 의료용기 등의 기준, 검정, 취급을 규정하는 법률)」의 범주에 속하는 것들이므로, 균에 대하여 유효성이 있는 것이라도 「약사법」의 규정에 없으면 살균이나 멸균과 같은 표현은 부적당한 경우가 있다. 따라서 「항균」이나 「제균(除菌)」과 같은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 듯하다. 쓸데없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항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무난할지도 모른다.
균의 종류
균은 미생물의 일종에 속하지만 세균을 연상시키는 것과 같이 아무래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따라 다닌다. 그러나 미생물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유기물을 분해함으로써 식물에 귀중한 영양분을 제공하거나 다른 생물이 소화할 수 없는 찌꺼기(유기물)를 청소해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식물연쇄의 하부를 지탱하는 녹색식물보다도 아래에 위치하지만 그 파워는 실로 대단하다. 미생물을 알기 쉽게 대별해 보면 「박테리아」와 「곰팡이」 등 2종류로 나눌 수 있다. 박테리아를 「세균」, 곰팡이를 「진균」이라 부를 때도 있다. 또 박테리아도 곰팡이도 아닌 미생물로 「방사상균」이라 부르는 것이 있으며, 「streptomycin」을 비롯한 다양한 항생물질을 생산하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세균에는 유산균이나 청국장 발효균 등 우리들이 먹을 수 있는 비병원성 균도 있다. 곰팡이에는 페니실린을 생산하는 푸른곰팡이, 식용 버섯, 알코올 발효에 사용하는 효모 등 유용한 종류도 많다. 따라서 우리 몸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균, 즉 병원성을 가진 미생물이 항균의 대상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세균으로는 화농을 일으키는 「포도상구균」, 기관지의 염증 등을 일으키는 「녹농균」, 병원성을 갖는 종류가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장균」을 들 수 있다. 항균효과를 조사할 경우에는 이들 균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항균제의 종류
항균제를 대별하면 무기계 항균제와 유기계 항균제로 나눌 수 있다. 무기계 항균제에는 은, 구리 등의 금속재료가 이용된다. 또한 유기계 항균제에는 각종 유기화합물이 사용되고 있다. 잘 알려진 것으로서 염소나 요오드화합물, 페놀, 알코올, 포르말린, 4급 암모늄염 등이 있다. 이들은 화학합성에 의해 얻어진다. 또한 피톤치드와 같은 천연 유기물 성분도 이용된다. 즉, 유기계에는 합성품과 천연물로 나뉘어진다. 각각의 특징을 한 마디로 비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나 일반적으로는 표 14, 표 15와 같이 종합할 수 있다.
표 14. 무기 및 유기계 항균제 비교
구 분 효 력 가 격 내열성 균에 대한 작용
무기계 항균제 빠르다 저 렴 강하다 접촉한 균에 유효
유기계 항균제 늦 다 고 가 약하다 부유균에도 유효
또 유기계 항균제 가운데 화학합성품과 천연 유기물과를 비교하면 이것도 일반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표 15. 합성 및 천연계 항균제 비교
구 분 가 격 조 성 성 분 제조시의 특징
화학합성품 저 렴 균 일 일 정 대량생산 가능
천연유기물 고 가 불균일 일정치 않다 제조조건에 좌우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화학합성품이 월등하게 뛰어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예를 들어 식물정유 등을 이용한 경우에는 부작용이나 잔류독성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또 다양한 성분이 정유에 함유되어 있으므로 이들 성분의 상승효과가 기대되는 점이나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것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식물이 함유하고 있는 유효한 성분을 세포배양을 통하여 생산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무기계 항균의 메카니즘
그러면 은이나 구리와 같은 금속이 항균작용을 갖는다고 해도 이해가 잘 되지 않을 것이다. 은이나 구리는 이온을 용출하기 쉬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은 이온이나 구리 이온은 산소와 반응하여 생성되므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 그래서 균체 내의 산소와 결합하여 안정화를 취하기 위해 균 세포의 세포막에 부착한다. 균은 분열하여 증식하므로 균체막에 부착되면 분열이 정지되어 단백질 합성에 저해를 일으켜 사멸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것이 무기계 항균제의 항균 메카니즘이다. 무기계 항균제는 합성수지에 첨가하거나 스텐레스강과 혼합하여 사용되기도 한다. 또 도료에 혼합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항균제의 안전성
무기, 유기의 구별과 관계없이 항균제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다양한 실험을 행하게 된다. 주요한 것으로서 「급성독성시험」「변이원성시험」「피부 1차 자극성시험」 등을 들 수 있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사용할 때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체뿐만 아니라 환경에 대해서도 안전한지를 생각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또한 예컨대 무기계 항균제가 금속알레르기 등의 원인이 되지는 않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는 항균을 넓은 의미에서 취급하여 우리들이 병에 걸렸을 때 복용하는 항생물질에 대하여 고찰해 보기로 한다. 강력한 효능 때문에 치료에 사용되는 항생물질이 문제시되는 이유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병이 나아가는 과정에 부작용이 나타나면 간단히 해결되지는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항생물질에 듣지 않는 균, 즉 내성균이 출현하는 점이다. 점차 세대교체가 진행되어 결국 인간의 기술로도 어쩔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될 정도이다. 「메치실린(methicillin)」이라는 항생물질이 있다. 이 메치실린에 듣지 않는 「메치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eticillin 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MRSA)」이 병원내 감염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
얼마 전 「제주도에서 발생한 이질 환자 중 초등학생의 대변에서 기존 세파계 항생제로는 죽지 않는 신종 내성균이 발견되었다」는 신문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관련 기사를 읽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겠지만 의학계의 반응은 좀 달랐다고 한다. 신종 내성균은 세파계 항생제를 분해하는 효소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돌연변이체로서, 학계에 보고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세파계 항생제는 페니실린, 스트렙토마이신에 이어 개발된 강력한 항생제로서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파계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더욱이 이번에 발견된 신종 내성균은 최근 개발된 퀴놀론계 항생제 밖에는 처방할 길이 없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퀴놀론계 항생제는 어린이 환자의 경우 연골 형성장애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처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성인과 달리 어린이에게 신종 내성균에 의한 이질이 발생하면 뾰족한 치료수단이 없는 셈이다. 물론 신종 이질에 걸린다고 해서 당장 생명을 잃거나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오랜 시간 고통을 참아야 한다는 것이 어려움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의 원인균까지 내성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지금은 치명적이지 않지만 내성을 획득하여 점점 약이 소용없어진다면 가벼운 질병으로도 인간의 생명이 위협받게 될지도 모른다. 사실 이런 신종 내성균의 출현은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균을 죽이는 항생제를 만들어내면 그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신종 세균이 등장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세균이 항생제 내성을 얻으면 또 다른 항생제를 개발해야 하는데, 문제는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 속도가 내성균의 출현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때가 언젠가 올 수 있다는 점이다. 21세기에는 항생제 내성균 출현이 암이나 당뇨, 에이즈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다.
기대가 높아지는 피톤치드
이와 같이 항균에 대해 생각해 보면 피톤치드가 가지고 있는 항균작용을 간과할 수 없다. 뜨거운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식물정유는 각각 어느 정도의 항균작용을 갖는다고 할 수 있으나 수목에서는 편백, 나한백, 유칼리 등이, 허브류에서는 라벤더, 카모밀라, 고추냉이, 겨자 등의 항균작용이 자주 이용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식물이 갖는 항균작용은 생활 속에서 이미 활용되어 왔다. 이러한 경험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여 다시 우리 생활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게 한다면 보다 안전하고 윤택한 생활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항생제 내성균 문제의 심각성으로 인하여 최근에는 피톤치드에 대한 기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연구데이터로 본 피톤치드의 항균작용
피톤치드의 항균작용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연구 예를 몇 가지 들어보기로 하자. 편백류의 메탄올 추출물을 이용하여 녹농균,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길초균에 대한 항균작용을 검토한 결과, 편백 목질부, 카이즈카향나무 잎, 측백나무 수피, 나한백 목질부가 황색포도상구균, 길초균에 대하여 강한 항균작용을 가지고 있었다. 화백에 함유되어 있는 피시페린산을 이용하여 세균류에 대한 작용을 검토한 결과, 역시 황색포도상구균에 대하여 강한 살균작용을 갖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피시페린산은 강력한 산화방지 작용이 있는 물질이기도 하다. 또한 침엽수 엽유(葉油)를 휘산상태로 하여 진균류(곰팡이)에 대한 항균작용을 조사해 보면 노간주나무가 검정누룩곰팡이에 대하여 매우 강한 생육저해를 보인 외에도 편백이나 나한백이 푸른곰팡이, 향나무가 푸사리움속 균에 대하여 각각 강한 생육저해를 보인 것이다. 전술한 MRSA(메치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에 대한 실험에서는 나한백에서 추출한 hinokitiol이 MRSA의 생육을 완전히 저지하여 내성균도 발생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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